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 슬었나/
보리 누름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정운(丁芸) 이영도(1916~1976)의 시조 ‘보리고개’ 만큼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도 드물다.
그의 보릿고개는 먼 옛날의 얘기가 아니라 불과 40여년 전의 일이다.
찢어질 듯한 가난이 우리의 생활상이었다.
보릿고개는 저장해놓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대체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시기를 말한다.
대략 음력 4, 5월을 일컫는다.
감꽃으로 배를 채우던 어린아이가 빈 솥인 줄 알면서
뚜껑을 열어보고 낙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만해도 보리는 쌀 다음으로 필수곡물이었다.
가을에 심어 초여름에 수확을 하는 보리는 전국 어디를 가나 논과 밭에 가득했다.
보리가 없었다면 아마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다.
보리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의 하나다.
대체로 지금부터 7000~1만 년 전에 재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서를 보면 구약시대에도 보리가 나온다.
고대 로마의 투사(鬪士)들은 보리를 체력의 근원이라는 뜻을 지닌 ‘hordearii’로 불렀다.
한반도에서 보리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13번째 경제대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보릿고개가 떠오른다.
보릿고개는 아픔이면서 우리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귀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출처 : synnage
글쓴이 : 신나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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