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
어려서 나는 낙타의 혹 속에 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 속의 물주머니 속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서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은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다.
낙타가 오래도록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정도 되는 이 예비식량의 덕이다.
낙타의 몸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에서
수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리터에 가까운 물을 마셔
몸속의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것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바로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모습의 낙타이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되면 잘 먹지
못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든다.
혹이 점점 줄어들어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아마 껍질만 남고 지방은 다
없어져 혹 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른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 한다.
40㎞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구본형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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