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소이(大同小異)한 것들
미국인들을 보면 모두 똑같아 보인다. 피부색이 하얗고, 후리후리한 키에 오뚝 솟은 코, 그리고 파란 눈이 어쩌면 그 사람이 저 사람인 듯하다. 또 저 사람이 이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미국인들도 한국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똑같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이·목·구·비(耳目口鼻)부터 모두 특색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다 .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모습은 비슷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이 세상 66억 인구 중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모든 동물과 식물들도 종(種)이 같아 똑같이 보이는 것들도 크게 보면 같고, 작게 보면 달리 보여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외양만이 아니다. 성격이나 취미와 소질 등도 사람마다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사람들의 취향(趣向)이 조금씩 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시원한 바닷가를 모두 좋아한다면 항구도시로만 사람이 모여 살려고 할 것이며, 또한 숲이 우거진 산이나 강 그리고 밀림지방을 좋아한다면, 그 지방으로 사람이 몰려들 것이 아닌가. 그리되면 사람이 거주하는 곳도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듯 쏠림현상이 일어나 복잡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학교교육을 마치고 직장을 찾는 것도 적성과 수준을 따르다 보면 각기 다른 여러 직업을 찾아 진출하게 된다.
그런데 모두가 선호하는 일터로만 쏠림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또한 심각한 사회병폐가 될 것이다.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 실업자를 면하게 된 것만 해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수준에 맞는 직장에서 성실하게 맡은 일을 수행해야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
만약 어느 사람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평생직장을 갖게 된다면 불평은 이곳저곳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 취업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사와 노력에 따라 어렵게 입사를 하고 난 뒤엔 누구나 무사히 정년까지 일하고 명예스럽게 마치기를 바란다.
대체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사회를 거쳐 왔기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에서부터 직장에 취업하거나 자영업을 경영하는 것도 모두 경쟁체제이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직장을 얻고 성실한 생활로 사회에 이바지 한다.
어느 직장이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자기가 긍지를 갖고 일을 하게 되면 세월이 지나 흥미도 갖게 되고 직장 일에 적응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기가 하는 일을 여러 해 종사하다 보면 일에 능숙해지고 보람과 긍지도 갖게 마련이다. 누구나 오랫동안 하던 일을 계속하면 그 일을 천직으로 받아들인다.
직장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에 종사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사회는 안정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업종과 종사자들이 평형을 이루는 사회가 된다. 마치 양계장에서 부작위(不作爲)로 부화한 병아리가 암·수 숫자가 비슷하게 깨어 나오는 것과 같이 신비로운 평형을 이룬다. 그래 어느 한 직종으로 쏠림현상 없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구성원 숫자와 근접하게 균형을 이루며 사회는 발전되어 간다.
뜨거운 볕이 내리쪼이는 여름 한낮에 시원한 숲 속에 가보면 여러 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이런 숲 속의 식물들도 크게 보면 똑같이 보이는 잡초가 아니면 나무들이다. 하지만 일부러 관심을 갖고 보면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이 조금씩은 모두 다르다. 그리 보면 식물들도 대동소이하다.
크고 작은 모든 식물은 제각기 둥글고 납작한 나뭇잎들이 한 계절을 뽐내며 무성하게 잘 자란다. 무성한 숲은 여름 한철 부러울 것도 없이 마음껏 자기를 과시한다. 시간이 지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을 맞으면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가 바람에 나부끼며 모두 땅에 떨어지고 만다.
이렇듯 만물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인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모두가 삶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결국은 이런 범주(範疇)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대동소이(大同小異)하게 살아간다. 나 또한 지금까지 경쟁이라도 하듯 살아왔다. 남보다 자랑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신경을 썼거나 몸을 혹사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차분하고 느긋한 표정은 나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친지 중에는 중·고등학교를 편도 10Km 이상 날마다 뚜벅뚜벅 도보로 오고 가며 통학하였던 친구들이 많다. 통학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지만 지금 그들을 보면 한결 같 이 건강하다. 걷는 운동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입증이나 하듯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렇게 젊어서 고생한 사람은 대게 노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반대로 어린 시절 부모덕에 호강하던 사람 중에는 노후에 모진 병고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 보면 인생의 여정에도 행복과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대동소이한 것 같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란 노래도 있는 것처럼 지내놓고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한 삶인데, 너무 외곬으로 아등바등 대며 살아온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해는 중천에 떠 있지만 장차 기울어지고, 만물은 태어나지만 장차엔 소멸된다는.”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사람에 따라 수명의 장단(長短)이야 있겠지만 일단 떠난 뒤에는 그 모두가 “도토리 키 재기”인 듯 대동소이한 것을······.
<한국논단> 2009년 2월호
<서석문학> 2009년 가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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