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2009. 2.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1~6. 16~18)
오늘의 묵상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고통에 깊게 동참하며 우리의 삶을 정돈하여
새롭게 하는 은혜로운 시기되시길 기도합니다.
흔히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
서양인의 묘지 비문에 종종 등장하는 라틴 말 문구입니다.
우리는 언제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이 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가장 살아 보고 싶었던 바로 그 내일이다.”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명언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아니면 불평불만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땅으로 돌아가야 하는, 흙에서 나온 존재입니다.
라틴 말에서 ‘흙’(humus)이라는 단어는 ‘겸손’과 ‘인간'이란 용어의 어원입니다.
곧,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존재의 근원을 인식하지 못할 때에 우리는 죄에 떨어지기 쉬우며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교만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의기양양하고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본모습을 깨닫고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사 순
-이정호신부-
사순은 우리말로 40이라는 말입니다.
40은 성경에서 정화의 기간, 속죄의 기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lent라고 하는데 이 말은 봄을 의미하는 영어의 옛말이라고 합니다.
봄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생명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때입니다.
부활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순 시기는
우리 영혼의 새 생명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이 태어나는 봄의 시간입니다.
영혼이 살아 있기 위해서 죽음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하느님의 기운을 되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기도와 자선과 단식을 하며 몸과 마음에서
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생명의 기운으로 채워갑니다.
기도는 하느님 안에서 생명을 품고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의 고백이며
자선은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신 주님을 따라 사랑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단식은 죽음을 넘어서는 그 사랑의 결심을 곡기를 끊음으로써
몸과 마음에 깊이 새기는 행위입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머리에 재를 받으면서 죄로 물든
지난날의 우리 자신은 하느님의 생명의 숨결에 날아가 버리고
참된 사랑을 품은 진실한 인간만 남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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